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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6_전쟁론

1. 전쟁의 본질 - 전쟁에서의 정보

정보란 적과 적국에 관해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이며 아측의 사고와 행동의 기초가 된다.

이 기초의 본질, 즉 기초자료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에 주목한다면

전쟁의 구조가 얼마나 위험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일정한 감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확실한 정보만 신뢰해야 하고 그 외의 것은 일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격언이 모든 책 속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책이 주는 가련한 위안에 불과하며,

체계 및 요강의 저자가 보다 나은 체계와 요강을 작성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쳐서 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전쟁에서 수집하는 정보의 많은 부분은 모순된 것이고 더 많은 부분은 틀린 정보이며 가장 많은 부분은 불확실하다.

여기서 장교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실, 지식, 판단에 기초한 명확한 식별력이다.

이때 장교는 확률(개연성)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전장에서 벗어난 책상에서 최초 게획을 수립할 때도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복잡한 전장에서는 무수한 정보가 밀려오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무한대로 커진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이 정보들이 서로 모순되면서도 일정한 균형을 창출하고

자체적으로 비판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결심을 내려야 할 급박한 상황에 몰리는 순간까지,

하나의 정보가 다른 정보를 보충하고 증명하고 확대하면서 항상 새로운 색으로 변하고

그 결심이 곧 우매한 결심으로 밝혀지고 모든 관련 정보가 허위, 과장, 오류라고 판명된다면,

이것은 초보자에게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요컨대 대부분의 정보는 틀린 정보이며 인간의 공포심은 틀린 정보를 허위 정보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더 믿으며 나쁜 것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보고된 위험 상황들은 바다의 파도가 지닌 속성처럼 자체적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뚜렷한 원인도 없이 다시 밀려나기도 한다.

따라서 지휘관은 밀려온 파도를 부서지게 하는 바위처럼 자기 내면의 지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탄력 있는 이성을 보유하지도, 전쟁 경험이 풍부하지도 못한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어떤 원칙을 적용하여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힘으로써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갖도록 조절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그는 진정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전쟁의 가장 큰 마찰 요인 중의 하나지만 그것을 정확히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전장의 현상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감각적 인상은 체계적인 사고에 의한 관념보다 더욱 강력하다.

예컨대 지휘관이 처음 전장에 임하는 순간 새로운 의혹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중요한 작전을 결코 수행할 수 없다.

타인의 의견에 잘 따르는 평범한 인간들은 대체로 현장에서 우유부단해진다.

즉 평범한 인간들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믿게 되면 타인의 의견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스스로 계획을 수립했고 자신의 눈으로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있을지라도

본래 자신이 가졌던 견해에 대해 쉽게 의혹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굳건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예상되는 긴박한 상황에 대비해 스스로 무장을 한다.

만일 전쟁이란 무대에 운명이란 장애물을 밀어넣은 무대장치,

즉 위험을 상징하는 현상들이 거칠게 그려진 무대장치가 제거되면서 시야가 훤하게 트인다면

그의 본래의 신념은 사태의 발전 과정 중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것이 계획과 실시간에 발생하는 커다란 간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