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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6_전쟁론

8. 전쟁 계획 - 전쟁은 정치의 한 도구(4)

17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전쟁술에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으며,

당시 최고의 육군들은 자신들의 전쟁술의 일부가 쓸모없게 되고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대규모 군사적 승리가 나타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잘못된 계산은 전쟁술의 과오처럼 보였다.

 

협소한 범위의 전쟁 개념에 국한된 전통적 전쟁술이

이러한 범위를 벗어난 방책들에 의해 기습을 당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방책들은 협소한 범위의 전쟁 개념을 벗어났지만 전쟁의 본성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포괄적인 안목을 가진 관찰자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지난 수세기 동안 정치가 전쟁술에 미친 악영향으로 평가했다.

그런 까닭에 전쟁술은 어중간한 것 또는 종종 모의전쟁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정당하지만, 이것을 우연히 발생한 것이나 회피할 수 잇는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다른 관찰자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영국 등이 일시적으로 추구하였던 정치의 영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성이 감지한 이러한 충격은

전쟁 수행의 범주에만 속하고 정치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가?

우리의 논의와 연관짓는다면, 당시의 불행은 전쟁에 미친 정치의 영향에서 연원된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정치 자체에서 연원된 것인가?

 

프랑스 혁명은 외부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이 전쟁 수행의 방법과 개념의 변화에 미친 영향은

정치와 행정술, 정부의 성격, 프랑스 국민의 상황 등의 변화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훨씬 미약했다.

당시 프랑스 외의 다른 국가들의 정부는 이러한 변화들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수단으로 무장된 압도적인 프랑스군에 전통적 수단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정치의 오류였다.

그렇다고 이러한 오류가 전쟁에 순수한 군사적 관점에서 인식되고 개선될 수 있었는가?

그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설령 적국의 모든 요소들로부터 일체의 결론을 도출하고

차후 방책을 예견할 수 있는 진정한 철학적 전략가가 존재했을지라도 

그의 사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가들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군사력과 최근 발생한 유럽의 정치 상황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하지 못하고는 이 모든 것이 전쟁의 양상에 미치는 결과를 예견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이 아니라면 필수적 전쟁 수단의 규모와 최선의 운용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프랑스 혁명 이후 20년간 지속된 승리는

프랑스의 적국 정부들의 잘못된 정치 덕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치의 과오는 전쟁에 걸었던 모든 정치적 기대를

완전히 수포로 만들었던 전쟁 수행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그 원인은 정치가 전쟁술로부터 조언을 구하는데 소홀했던 것에 있지 않았다.

정치가들이 믿을 수 있었던 전쟁술은 현실세계 또는 그 시대 정치의 일부분으로서

익히 알고 있던 도구였다.

따라서 이 전쟁술은 당연히 정치의 과오와 관련을 맺고 있었으며

따라서 전쟁술이 정치를 계도하여 개선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쟁 자체는 그 본잴과 형태면에서 중대한 변화들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변화들로 인해 전쟁은 절대적 양상에 근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은 프랑스 정부가 전쟁 자체를 정치의 조정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이 프랑스는 물론 전체 유럽에 가져온 정치적 상황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이 정치적 상황 변화는 이전과 다른 수단, 다른 전투력의 동원,

이전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전쟁 수행 에너지의 창출을 가능케 하였다.

따라서 전쟁술의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상황 변화의 결과이다.

이것은 양자의 분리 가능성을 입중하는 것과 거리가 멀며

오히려 양자의 내적인 연관성을 강력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거듭 밝히자면 전쟁은 정치의 한 도구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정치의 성격을 띠며 전쟁은 정치의 척도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쟁 수행은 전쟁이란 큰 틀에서 보면 정치 그 자체이다.

전쟁은 정치라는 펜을 칼로 바꾼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정치가 고유의 법칙에 따라 사유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