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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6_전쟁론

8. 전쟁 계획 - 군사적 목표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영향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목적을 지원할 수 있지만

결코 자국의 목적만큼 다른 국가의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원국은 평범한 수준의 지원군을 파견할 것이다.

그리고 지원국은 자시느이 역할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에라도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고 간주하고

가급적 최소 비용을 사용한 후 철수를 시도할 것이다.

 

국가간에 상호 지원을 위해 공수 동맹을 맺는 것은 유럽 정치의 전통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적대 및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동맹국은 전통적으로 전쟁의 목적 또는 적국의 노력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사전에 일정한 규모의 적절한 전투력의 지원을 서약한다.

이러한 유형의 동맹을 체결한 국가는 자국이 실제 전쟁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쟁은 공식 선전포고로 시작되고 평화협정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으며 현실적으로 다양하게 적용된다.

 

만일 서약한 대로 동맹국이 교전국에 1만, 2만 또는 3만의 병력을 지원하고

교전국이 이 지원 전투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운용할 수 있다면,

모든 요소들은 내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전쟁 이론과의 모순도 보다 적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이 지원 전투력은 마치 용병처럼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원군은 자체 야전사령관의 지휘하에 작전한다.

지원군의 야전사령관은 자국 정부에 예속되어 있고

자국 정부가 부여한 목표는 야전사령관 자신의 목표만큼 모호하다.

 

그러나 두 동맹국이 실제로 제3국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할 경우,

"우리는 제3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해 반드시 격멸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적에 의해 격멸될 것이다."

라고 항상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때때로 상거래 방식으로 해결된다.

각 동맹국은 극복해야 할 위험의 정도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에 따라

주식을 투자하듯이 3만에서 4만의 병력만을 전쟁에 투자하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관점은 한 국가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 다른 국가를 지원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양국이 중대한 공동이익을 지향하고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때 군사작전은 외교적 조건의 제약을 받는다.

대체로 정치적 변화에 따른 특별한 목적에만 전투력이 운용될 수 있도록

양국은 제한된 규모의 전투력 지원을 서로 약속한다.

 

동맹전쟁을 고찰하는 이상의 방법은 극히 보편적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나파르트나 그의 무제한적 추진력으로부터 확산된 극단적 위험은

국민들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행동하도록 강요하였다.

지난 시대의 전쟁 수행 방법은 일종의 어중간한 것이면서 이례적인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전쟁과 평화는 본질적으로 단계적 변화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식 방법은 이성에 의해 무시될 수 있는 순수한 외교적 관례가 아니라.

인류의 본성적 결점과 약점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는 관례이다.

 

동맹국이 없는 전쟁에서 정치적 고려 사항은 전쟁 수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는 적의 작은 희생을 요구한다면 전쟁을 통해 작은 보상을 얻는 데 만족해야 하며,

평범한 노력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적의 입장에서도 거의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국가 또는 다른 국가가 스스로를 잘못 평가하고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적보다 조금도 우세하지 못하고 오히려 약하다고 인식한다면,

국가의 자금을 비롯한 다른 모든 수단은 물론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자극도 불충분한 상태인 것이다.

이 경우 국가는 가능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가는 비록 확신은 없으면서도 장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그 동안 전쟁은 병약한 신체처럼 맥없이 질질 끌려가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전쟁에 내포된 상호작용, 적을 능가하려는 노력, 전쟁의 폭력적, 불가항력적 진행 등은

진정한 자극이 없기 때문에 정체된다. 나아가 양측은 최소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일단 전쟁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영향이 인정된다면 그 영향은 한계가 없게 되므로,

우리는 단순히 적을 위협하고 협상을 지원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최소한의 전쟁을 기꺼이 수행해야 한다.

 

여기서 전쟁 이론이 하나의 철학적 사유로서 존재하고 또 그렇게 남고자 한다면 

틀림없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전쟁의 개념 속에 포함된 모든 본질적 요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고

전쟁이론은 근거를 상실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곧 자연적 활로를 찾는다.

완화의 원리가 군사적 행동을 보다 많이 지배하고,

행동의 동기가 약할수록 군사적 행동은 더욱 수동성을 띤다.

군사적 행동은 점점 더 적게 일어나고 전쟁 지도 원리들은 보다 적게 요구된다.

전체 전쟁술은 위축되고 조심성을 띠게 된다.

전쟁술의 주요 관심은 불안정한 균형 상태가 돌연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뀌거나,

어중간한 전쟁이 진정한 전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