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정치는 전쟁의 본성에서 비롯된 모든 가혹한 결과들을 회피하고
궁극적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거의 염려하지 않으며 오직 당면한 확률(개연성)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전체 사업에 고도의 불확실성이 도입되면서 그것은 일종의 게임으로 변질된다.
모든 정부의 정치는 노련함과 통찰력면에서 적을 능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는 압도적 파괴 요소로 구성된 전쟁을 하나의 간단한 도구로 만든다.
양손과 혼신의 힘으로 들어올려야 하고 단 한 번만 내리치면 더 이상 내리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군도를 펜싱용 플로레 같은 가벼운 군도로 변화시켜 찌르기, 찌르는 시늉, 몸 비키는 동작 등을
자유자재로 하듯이, 정치는 전쟁을 간단한 도구로 만든다.
따라서 이상의 논술이 하나의 해법으로 인정된다면
전쟁과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인간의 모순은 해결되었다.
전쟁이 정치의 일부라면 전쟁은 정치적 성격을 띤다.
정치가 응대하고 강력할수록 전쟁도 그러하며,
이러한 성격은 전쟁이 절대적 양상을 띠는 수준까지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전쟁을 고찰한다면,
우리는 전쟁의 절대적 양상을 무시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쟁은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 고찰되어야 그 통일체가 재현된다.
이와 같이 통일체가 재현됨으로써 모든 전쟁이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중대한 계획의 구상과 판단을 위한 올바른 입장과 관점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정치적 요인이 전쟁의 세부 사항가지 깊숙히 스며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결코 정치적 고려에 의해 기마보초를 운용하거나 수색정찰을 수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요인은 전체 전쟁의 게획, 전역의 계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때때로 회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처음부터 거론하려고 서두르지 않았다.
이 관점은 개별 주제에 대한 연구 단계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고
오히려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전쟁 계획과 전역 계획의 수립시 필수 불가결하다.
사물을 파악하고 평가하기 위한 올바른 입장을 확인하고 고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의 집앙에서만 수많은 현상들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통합된 관점을 유지해야만 모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계획 수립시 사물을 관찰하는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관점,
즉 군인의 안목, 정치가의 안목 등이 허용될 수 없다면
모든 것들보다 우위의 입장인 정치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서 정치는 국내 행정의 모든 이해관계, 인간의 모든 이해관계,
철학적 이성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등을 통합하고 조정한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며
다른 국가들과 대립되는 모든 이해관계를 단순히 대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가 그릇된 방향을 지향하고, 권력자의 야심, 개인적 이해관계, 허영심 등을 충족시키는데
기여하는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쟁술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의 지도교사로 간주될 수 없으며,
정치야말로 전체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의 대표자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쟁 계획 수립시 정치적 관점이
순수한 군사적 관점(만일 순수한 군사적 관점이 고려될 수 있다면)에
맡겨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즉 정치적 관점이 완전하게 사라지거나 군사적 관점에 종속되는지
아니면 군사적 관점을 지배하고 군사적 관점이 정치적 입장에 종속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만일 전쟁이 전적으로 생과 사를 결정하기 위한 순수한 적대감정의 싸움이라면
정치적 관점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완전히 중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전쟁은 정치의 표현 그 자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치적 관점이 군사적 관점에 종속되는 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정치가 전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치는 지성이지만 전쟁은 단순한 도구이며 그 반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군사적 관점이 정치적 관점에 종속되는 경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History > 202106_전쟁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전쟁 계획 - 전쟁은 정치의 한 도구(4) (0) | 2021.05.28 |
---|---|
8. 전쟁 계획 - 전쟁은 정치의 한 도구(3) (0) | 2021.05.24 |
8. 전쟁 계획 - 군사적 목표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영향 (0) | 2021.05.24 |
8. 전쟁 계획 - 전쟁의 내적 연관성 (0) | 2021.05.13 |
8. 전쟁 계획 - 서론 (0) | 2021.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