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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6_전쟁론

1. 전쟁의 본질 - 전쟁의 목적과 수단(3)

전투는 전쟁에서 유일하게 효과적인 행위이다. 전투에서 맞선 전투력의 격멸은 곧 차후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전투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수단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결전(승패 결정)은 실제 전투가 일어나면 적은 격멸된다는 전제조건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적 전투력의 격멸은 모든 군사적 행동의 기초이며 모든 배합의 궁극적인 근거이다.

이것은 마치 아치형 구조물을 지탱해주는 받침돌과 같다. 그러므로 궁국적인 무력결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모든 행동은 그 결과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이루어진다.

전쟁의 모든 크고 작은 작전들과 무력결전의 관계는 상업거래에서의 현금지불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들이 아무리 복잡하고 드물게 현실로 나타날지라도 무력결전은 결코 전적으로 생략될 수 없다.

 

무력결전이 모든 배합의 기초라면 적도 성공적인 무력결전을 통해

우리의 모든 배합의 기초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것은 무력결전이 배합의 직접적인 기초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단지 중요한 의미만을 지닌 무력결전일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것은 마치 액체가 수평을 유지하려는 원리와 같다.

그러므로 적 전투력의 격멸은 항상 다른 수단들보다 상위의 수단,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 전투력의 격멸은 오직 그 조건이 다른 수단들의 조건과 동등할 경우에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여기서 맹목적인 돌진이 숙련된 행동보다 승리를 쟁취하는데 항상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중대한 오류일 수밖에 없다.

미숙한 돌진은 적 전투력의 격멸은 커녕 우리 전투력의 격멸을 초래할 뿐이며 원래의 생각과도 거리가 멀다.

보다 큰 효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표들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달성된 목표의 결과와 다른 달성된 목표의 결과를 비교할 뿐이다.

 

적 전투력의 격멸에 관해 논의할 경우, 이 개념은 순수한 물질적 전투력에 국한시키지 않고

정신적 전투력을 필연적으로 포함하여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양자는 미세한 부분까지 서로 삼투하며 따라서 결코 서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승리가 다른 모든 무력결전에 불가피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신적인 요소는 가장 유동적이므로

가장 쉽게 모든 부분에 골고루 확산됨을 알 수 있다.

적 전투력의 격멸이 다른 모든 수단보다 우얼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여기에는 많은 비용과 위험이 수반된다.

이러한 많은 비용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이 수단의 위험이란 추구하는 성공이 클수록 실패할 경우의 손실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측 교전자 중 어느 한 편이 중대한 무력결전의 방법을 택하기로 결심하고

다른 편이 자신과 동일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 무력결전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다.

여기서 무력결전이 아닌 다른 목표를 설정한 야전사령관들은 적도 역시 중대한 무력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합리적으로 그 목표를 구현할 수 있다.

 

적 전투력의 격멸을 위한 노력은 적극적 목적을 지니고 있고 적극적 성공에 이르게 되며 

최종 목적은 적의 타도가 될 것이다.

아측 전투력의 보존은 소극적 목적을 지니고 있고 적 의도의 분쇄, 즉 순수한 저항에 이르게 되며

그 최종 목표는 행동의 지속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적이 피폐해지도록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

 

적극적 목적을 지닌 노력은 격멸 행동을 수반하며 소극적 목적을 지닌 노력은 격멸 행동을 기다린다.

우리는 공격과 방어의 이론을 논의할 때 다시 한 번 그 근원을 살펴보면서 기다리는 것이 어느 정도 지속되어야 하고

또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상세히 논의하게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즉 기다리는 것이 절대적 수단일 수 없으며 기다리는 것과 관련된 행동에서 분쟁에 관여된 적 전투력의 격멸은

다른 모든 목표와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목표일 수 있다.

소극적 노력의 우월성의 유일하고 필연적인 효과는 결전을 억제함으로써 교전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까지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행동은 시간 및 공간적으로 지연된다. 여기서 공간은 시간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행동의 지연이 더 이상 압도적인 불리함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이 때 소극적인 노력의 이점은 확실히 소진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단지 상대적 균형에 의해 억제되엇지만 배제되지 못햇던 적 전투력을 격멸하기 위한 노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지금가지의 고착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전쟁에서 목표에 이르는 방법,

즉 정치적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전투가 유일한 수단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무력결전이라는 최고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

실제로 적이 무력결전을 요구할 경우, 결코 이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다른 방법을 택하고자 하는 교전자는

적이 상고 절차를 밟지 않거나 대법원에서 패소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전쟁에서 추구할 수 있는 모든 목적들 중에서 적 전투력의 격멸은

항상 다른 모든 목적을 지배하는 목적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다른 유형의 배랍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잇는가에 대해서는 추후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배합이 일반적으로 존재할 가능성과 특별한 상황 하에서

전쟁의 기본개념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미 위기의 유혈적 폭발, 즉 적 전투력의 격멸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전쟁의 장자라고 강조하는 것을

단념할 수는 없다.

만일 정치적 목적과 동기가 약하고 양측 전투력의 긴장이 경미한 상태라면

신중한 야전사령관들은 큰 위기와 유혈적 해법 없이 적의 독특한 약점을 이용하여

야전과 내각에서 동시에 평화를 모색하는 등 모든 방법을 능숙하게 시도할 것이다.

이때 그의 예상이 충분한 근거와 성공의 당위성을 갖고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전쟁의 신이 징벌할 수도 있는 부정한 수단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또한 그가 적을 항상 주목함으로써 진검을 들고 싸우려는 적에게 장식용 검으로 맞서지 않도록 일깨워주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