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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6_전쟁론

1. 전쟁의 본질 - 군사적 천재(3)

행동의 에너지는 그것을 유발한 동기의 강도를 표현한다. 그리고 동기의 근원은 이성적 확신이나 감성적 자극에 있다.

위대한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면 후자, 즉 감성적 자극에 의한 동기가 반드시 요구된다.

 

고백하건대 싸움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모든 위대한 감정들 중에서

명성과 명예에 대한 정신적 갈망처럼 강력하고 지속적인 감정은 없다.

그런데 이 명성과 명예가 부당하게 취급되어 공명심과 명예욕이라는 두 개의 비천한 종속관념으로 격하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절실한 갈망이 전쟁에서 잘못 쓰일 경우에는 반드시 인류에게 가장 반역적인 불의를 가져온다.

그러나 공명심과 명예욕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 중에서 가장 고귀한 본성이며

전쟁에서는 거대한 물체에 정신을 불어넣는 독특한 생명의 입김이다.

 

이 밖의 다른 감정들, 즉 조국애, 이념적 광신, 복수, 모든 유형의 열광 등은

그것이 얼마나 일반화되고 높게 평가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명예욕과 공명심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이 감정들은 전체 병사들을 자극하고 고무시킬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성과를 성취해야 할 경우

이 감정들만으로는 지휘관이 자신의 입장에서 필요한 본질적 욕구를 갖게 함으로써

부하들보다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만들 수 없다.

 

공명심과 명예욕은 각 병사들의 전투 행동을 지휘관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지만 다른 감정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감정들이 각 병사의 전투 행동을 지휘관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다면,

농부가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 열심히 경작하고 정성스럽게 씨를 뿌리듯이

지휘관은 이 소유물, 즉 각 병사의 전투 행동을 최선을 다해 활용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최고에서 최저 지위에 이르는 모든 지휘관들의 이러한 노력, 이러한 유형의 근면성, 경쟁심, 자극 등은

유리한 요소로서 군의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성공적 결과를 낳게 해준다.

특히 최고의 지휘관으로서 명예욕을 갖지 않았던 위대한 야전사령관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견고함이란 개별 타격의 강도와 관련된 의지의 저항을 뜻하고 지구력이란 장기간 지속되는 의지의 저항을 뜻한다.

양자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때때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자의 본질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격렬한 개별적 압박에 대항하는 견고함은 순수하게 감정의 강도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이에 비해 지구력은 이성에 더 많은 근원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활동의 계획성은 활동의 지속시간과 함께 증대되고

지구력은 부분적으로 이 계획성을 통해 그 힘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제 감성 또는 정신의 힘에 관한 논점으로 전환하자.

첫 번째 문제는 감성 또는 정신의 힘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감성 또는 정신의 힘은 감성 표현의 격렬함, 열정 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해석은 모든 언어 사용과 상반되는 것이며, 감성 또는 정신의 힘이야말로 최고조의 흥분,

최고도의 격렬한 열정의 질풍 속에서도 이성에 복종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능력은 오직 이성의 힘에 의해서만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이 점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탁월한 이성을 지녔지만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성의 독특한 본성, 아마도 이성의 포용적 본성보다 강력한 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렬한 감성이 작용하는 순간 이성에 복종하는 힘이 자제력이고

그것이 감성 자체에 속해 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우리는 진리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이 자제력은 흥분된 열정에 싸인 강력한 감성 속에서 그 열정을 파괴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또다른 하나의 감정이다.

자제력은 이러한 균형에 의해 안전하게 이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 평형력은 항상 타도난 통찰력과 이성을 지닌 존재로서 행동하도록 만드는 인간의 존엄성,

고귀한 자부심, 내적 심연의 정신적 욕구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감성은 격렬한 흥분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마음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감성과 관련된 여러 유형을 고찰해보면 우헌 민활함을 거의 소유하지 않은,

즉 냉담하거나 무감각하다고 일컫는 유형을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매우 민활한 유형으로서 이러한 유형의 감성은 결코 특정한 강도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며

감정이 풍부하지만 침착한 인간형이다.

세 번째, 매우 예민한 유형으로서 이러한 유형의 감성은 화약처럼 신속하고 격렬하게 발화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네 번째, 작은 동기로는 움직일 수 없는 유형, 결코 빠르지 않게 움직이는, 즉 점차적으로 움직이는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감정은 거대한 강제력에 의해 뒷받침될 셩우 매우 오래 지속된다.

이 유형은 힘이 넘치고 깊숙히 내재된 열정을 가진 인간형이다.

 

첫 번째의 냉담한 인간은 쉽게 균형을 잃지 않지만, 이것을 정신의 힘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여기에는 어떤 힘의 표현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인간은 전쟁에서 지속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에 부분적으로는 쓸 만하다.

이러한 유형의 인간은 대체로 행동의 적극적 동기와 추진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활동이 결여되지만

어떤 것을 쉽게 파멸시키지도 않는다.

 

두 번째 유형의 특성은 작은 대상에 의해 쉽게 자극을 받아 행동한다는 것이지만, 

그 행동은 큰 대상에 대해 쉽게 압도된다.

이러한 인간은 개인의 불행을 돕는 데는 활기찬 행동을 하지만

전체 국민의 불행에 대해서는 단지 슬픈 감정만 가질 뿐 행동으로 옮길 만큼 자극을 받지는 않는다.

 

전쟁에서 이러한 부류의 인간은 활동이나 균형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대한 것을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외적으로 매우 강력한 이성 속에 위대한 것을 실행할 수 있는 동기가 내재되어 있다면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과 매우 강력하고 독립적인 이성이 결합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세 번째, 끓어오르고 타오르는 감정들은 일상생활은 물론 전쟁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감정들은 강력한 추진력을 일으키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오래 유지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정을 지닌 인간의 민활함이 용기와 명예욕의 성향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민활함은 전쟁에서 특히 하급 직위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급 제대의 지휘관이 통제하는 군사적 행동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수준에서는 대체로 개인의 용기 있는 결심과 감성의 자극만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대담한 습격과 힘찬 돌격은 불과 몇 분 동안에 이루어지는 행동이며, 

모험적인 전투는 하루 동안, 하나의 전역은 1년 동안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이러한 인간 유형은 감정이 급속도로 표출될 경우

감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두 배 이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며 결국 이성을 잃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전쟁 수행에 최악의 영향을 준다.

그러나 매우 예민한 감성은 결코 강력할 수 없으리라는 것,

즉 최고조의 흥분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일반적 경험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만일 교육, 자기 내면에 대한 관조, 인생 경험 등의 요소가

순간적인 흥분 속에서도 가슴 속에 내재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사전에 가르쳐주었다면

이러한 인간 유형은 위대한 정신의 힘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그래서 깊게 움직이는 감정의 인간 유형이다.

앞서 논의한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행동하지만,

이러한 유형은 서서히 꾸준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행동한다.

군사적 행동의 난점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면,

이 유형은 전쟁에서의 활동을 방해하는 수많은 무거운 짐들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거인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감정의 작용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저지될 수 없는 거대한 물체의 운동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은 세 번째 유형처럼 감정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경험적 사례는 이 유형도 균형을 상실할 수 있고 맹목적인 열정에 예속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자제력에 대한 고귀한 자부심이 결여되거나 그 자부심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많이 나타난다.

 

야만국민의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이와 같은 사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야먄국민의 경우 이성의 형성이 허약하여 항상 열정이 이성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국민, 특히 최고의 교양을 갖춘 계층에도

중세시대에 밀렵꾼을 사슬에 묶은 채 숲속으로 끌고 다니던 경우처럼 난폭한 열정에 사로잡히는 인간들도 많다.

 

그러므로 반복 설명하자면 강력한 감성이란 강력한 감정 자극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조로 흥분된 감정 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감성이다.

따라서 이 강력한 감성은 가슴 속에서 이는 질풍과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폭풍우 속에서 동요하는 배의 나침반 바늘과 같은 통찰력과 신념을 바탕으로 정교한 활동을 가능케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