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하나의 독특한 방법, 즉 적 전투력을 타도하지 않고도 성공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
요컨대 직접적으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작전을 살펴보기로 하자.
적의 동맹관계를 이간 또는 무력화시키면서 새로운 동맹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정치적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매우 적합한 작전들이 존재한다면,
이 작전들이야 말로 효과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적 전투력의 타도보다 목표에 이르는 거리가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방법이 적의 힘의 소모, 즉 적의 희생을 증가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다.
적의 힘의 소모란 적 전투력의 소모, 즉 적 전투력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며
적 지역의 손실, 즉 적 지역이 정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적의 힘의 소모를 증대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세 가지 독특한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침략이다. 즉 적 지역을 점령하되 그 지역을 점유하려는 의도 없이
단지 그 지역에서 전쟁세를 징수하거나 그 지역을 극도로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직접적인 목적은 적 영토를 정복하거나 전투력을 타도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일반적으로 적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우선적으로 적의 손해를 확재시키는 목표를 지향하는 작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 전투력의 운용 성향을 두 가지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하나는 적의 타도를 중시할 경우에 훨씬 더 많은 이점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적의 타도를 중시하지 않고나 중시할 수 없는 경우에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통상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전자는 군사적인 성향이 강하며 후자는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군사적이며, 오직 주어진 조건에 부합될 때만 합목적적일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적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은 관련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싸움에서 피로라는 개념은 행동의 지속시간으로 인해 물리적인 힘과 의지가 점증적으로 소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싸움의 지속시간 동안 적을 능가하고자 한다면 가능한 작은 목적들에 만족해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큰 목적은 작은 목적보다 많은 힘의 소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울 수 있는 최소 목적은 순수한 저항. 즉 적극적 의도가 없는 싸움이다.
따라서 이 경우 수단은 상대적으로 최대가 될 것이며 그 결과도 최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수동성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것인가. 분명히 절대적 수동성까지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순수하게 견디는 것은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활동으로서의 저항은 적이 자신의 의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적의 전투력을 파괴할 수 있다.
여기서 소극적 의도를 지닌 개별 행동의 부족한 효과는 싸움의 지속시간을 통해 보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순수한 저항의 원리에 기초를 둔 소극적 의도는 싸움의 지속시간 동안 적을 능가함으로써
결국 적을 피로하게 만드는 자연적 수단이다.
바로 여기에 공격과 방어의 근원적 차이가 존재하며 이 차이가 전쟁의 전체 영역을 지배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더 이상 추적될 수 없다.
여기서는 소극적 의도를 구현하는 싸움의 모든 이점과 보다 강력한 싸움의 형태는 그 소극적 의도로부터 연원된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싸움의 모든 이점과 보다 상력한 형태들 속에서
성공의 크기와 보장 사이에 존재하는 철학적, 역동적 법칙이 실현된다.
우리는 전쟁에서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경우가 항상 적의 타도라는 목표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 전투력의 격멸, 적 지역의 정복, 적 지역의 단순한 점령, 적 지역의 단순한 침략,
직접적으로 정치적 관계를 겨냥한 작전, 그리고 적 타격에 대한 수동적 기다림 등의 모든 방법은
각각 적의 의지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상황의 특성에 따라 이런 저런 방법들이 채택된다.
이러한 목표에 이르는 다양한 최단 거리 경로들을 과소평가하여 단지 드문 예외로 간주하거나
전쟁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이 경로들이 제약하는 차이를 간과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유발하는 정치적 목표의 다양성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생존을 위한 섬멸 전쟁과 강제되거나 부실한 동맹관계 하에서 불편한 의무인
전쟁 간의 차이를 한 눈에 측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양자 사이에는 무수한 등급의 차이가 존재한다.
전쟁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일반적인 성격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다. 이제 수단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하자.
전쟁의 수단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싸움이다.
이 싸움이 얼마나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증오와 적대감정에 의한 주먹싸움의 거친 성격과 얼마나 차이가 있으며
싸움 자체에 속하지 않는 요소들이 얼마나 개입되어 있는가 등의 물음은
전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이 근본적으로 싸움에서 비록된다는 전쟁 개념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다.
현실의 다양성과 복합성 속에서도 전쟁이 싸움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간단히 증명될 수 있다.
즉 전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전투력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나 전투력, 즉 무장한 인간이 운용될 경우 필연적으로 싸움의 관념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전투력과 관련된 모든 것, 즉 전투력의 건설, 유지, 운용에 속한 모든 것은 군사적 활동에 속한다.
건설과 유지는 분명히 수단에 불과하지만 운용은 목적이다.
전쟁에서 싸움은 개인 대 개인의 싸움이 아니며 많은 부분들로 조직된 하나의 전체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전체에서 두 가지 단위요소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주체에 의해 결정되며 다른 하나는 목표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의 군에서 전투원 집단은 새로운 단위요소들을 형성한다.
이 새로운 단위요소들 자체가 보다 큰 상위 조직의 부분 조직들이다.
각 부분 조직들의 싸움 활동은 다소 명백히 규정된 단위요소들을 구성한다.
더욱이 싸움 자체는 싸움의 목적, 즉 싸움의 목표에 의해 전쟁의 한 단위요소가 된다.
싸움에서 구별되는 이러한 각각의 단위요소들은 전투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싸움의 관념이 모든 전투력 운용의 기초라면 전투력 운용은 일련의 전투의 계획과 조직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군사적 행동은 필연적으로 전투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군인을 소집하고 군복을 입히고 무장시키고 훈련시키고 잠자고 먹고 마시고 행군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간에 싸우기 위함이다.
모든 군사적 활동은 전투로 종료되므로, 우리는 전투들의 배비를 결정함으로써
이 모든 군사적 활동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군사적 호라동의 결과는 오직 배비의 계획 및 실행에 의해 산출되는 것으로
결코 이보다 선행하는 조건에 의해 산출되지 않는다.
이제 전투에서 모든 활동은 적 또는 적 전투력의 격멸을 지향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전투의 본질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즉 적 전투력의 격멸은 항상 전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전투의 목적은 단순한 적 전투력의 격멸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목적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제시했던 바와 같이 적의 타도가 정치적 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단은 아니다.
우리가 전쟁에서 추구할 수 있는 다른 목표들이 있는 한 이 목표들은 개별 군사적 활동의 목적,
즉 전투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종속된 부분 전투들이 본래 적 전투력의 타도에 주력하도록 계획되어 있을지라도
이 부분 전투들의 최초 당면 목적이 적 전투력의 격멸일 필요는 없다.
대규모 전투력의 복잡한 조직과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전투력의 싸움은 반드시 복잡한 편성 및 분할과 결합 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각 부분 조직들에게 적 전투력의 격멸과는 관계가 없는 과업들이 명백하게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업들은 적 전투력 격멸에 점증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그것은 단지 간접적일 뿐이다.
만일 한 대대가 고지, 교량 등으로부터 적을 축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면,
일반적으로 그 장소를 점유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며 적 전투력의 격멸은 단지 수단 또는 종속과업에 불과하다.
만일 적이 단순한 양동작전에 의해 축출될 수 있다면 역시 그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고지와 교량은 적 전투력의 격멸에 영향을 미치고자 할 때만 탈취되어야 한다.
각 개별 전투의 전장 상황이 그렇다면 전체 전구의 상황은 더욱 그럴 것이다.
전체 전구에서는 한 군이 다른 군과 맞설 뿐만 아니라 한 국가, 국민, 국토가 다른 국가, 국민, 국토와 맞서기 때문이다.
전체 전구에서는 가능한 관계와 배합의 수가 증가되고 배비의 다양성이 확대되며
목적들이 하향 등급화될수록 최초의 수단과 최종 목적의 관계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한 전투의 목적이 맞서고 있는 적 전투력의 격멸이 아닌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적 전투의 격멸은 단지 수단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 경우 완전한 격멸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 전투는 상호 전투력의 측정에 불과하며 전투 자체는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단지 그 결과, 즉 승패의 결정이 가치를 갖게 된다.
양측의 전투력이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경우 전투력의 측정은
이미 그 이전의 단순한 평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전투는 일어나지 않고 약한 측은 곧바로 항복할 것이다.
전투의 목적이 반드시 참여한 전투력의 격별이 아닐 수 있으며
심지어 전투의 목적이 전투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고도 단순한 상황의 평가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면,
전체 전역은 실제 전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도 대규모 활동에 의해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전자상 수많은 전례가 이상의 내용을 입증하고 있다. 전쟁에서는 오직 하나의 수단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전투이다.
그러나 이 유일한 수단은 그 운용의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수단으로 구분되며
바로 이 여러 가지 수단이 목적의 다양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오직 하나의 수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군사적 행동이라는 전체 직물을 관류하는 한 가닥의 실을 구성하며
실제로 전체 직물을 결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 전투력의 격멸을 전쟁에서 추구하는 목적들 중 하나로 간주했지만,
이 목적에 다른 목적들과 달리 어떤 중요성이 부여되어야 하는가를 고찰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개별적인 상황에 의존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 전투력 격멸이라는
목적의 가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자. 그러면 그 목적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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