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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202102_한비자

팔간(八姦) -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풍조들

현명한 군주가 벼슬자리와 작위와 봉록을 만든 까닭은

현명한 인재를 선발하고 공을 세운 자들을 돌겨하기 위해서이다.

현명한 자에게 벼슬자리를 줄 때에는 그 능력을 헤아려보고,

봉록을 수여할 때는 그 공적에 맞게 행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현명한 자는 능력을 속이지 않고 자신의 군주를 섬기며,

공로가 있는 자는 자기의 공적을 기꺼이 군주에게 바치므로,

일이 이루어지고 공적이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명한지 아닌지를 따져보지 않으며 공로가 있는지를 논의하지도 않는다.

제후들이 중시하는 자라 등용하고, 측근 신하들의 청탁이라고 하여 들어준다.

 

부형과 대신들은 위로는 군주에게 작위와 봉록을 요청하고,

아래로는 이것을 팔아 재물을 모은다.

심지어는 사사로이 패거리를 만드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재물이 많은 자는 벼슬자리를 사서 더욱 귀하게 되고,

군주의 측근들과 교분이 있는 자들은 군주에게 부당하게 청탁하여 권세를 강화한다.

 

공로가 있는 신하가 심사에서 거론되지 못하고, 벼슬자리의 이동에도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벼슬아치들은 직무를 올바로 처리하기보다는 은밀히 외국과 교섭하는 일에만 힘쓰고,

자기 일은 내버려둔 채 재물만을 참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자라 하여도 게울러져 노력하지 않게 되고,

공이 있는 자도 태만해져 업무를 소흘히 하게 되니

이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풍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