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일의 처음과 끝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드러내면,
그 일이 실행됐을지라도 이익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가 닥칠 것이다.
이것을 아는 자는 객관적인 이치에 따르고 욕심을 버린다.
실제로 일을 하는 데에도 정해진 규정이 있어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어야 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군주는 그렇게 하지 않고 수입만을 계산하고 지출은 계산하지 않는다.
비록 지축이 수입의 곱절이 되어도 그 손해를 알지 못하면 헛된 이름만 얻을 뿐 실속이 없다.
만일 이와 같으면 공은 작고 해로움은 클 것이다.
무릇 공이란 수입은 많고 지출이 적을 때에 공적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막대한 비용을 낭비했는데도 죄로 간주하지 않고, 약간의 이득이 있을 뿐인데도 공을 이루었다고 한다면,
신하들은 막대한 비용을 쓰고서 작은 공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작은 공을 이룬다면 군주에게도 손해가 된다.
통치의 이치를 모르는 자는 반드시 이렇게 말한다.
"옛 법도를 바꾸지 말고 일상의 풍속을 바꾸지 말라"
바꾸어야 하는가 말라야 하는가에 고나해서 성인은 귀 기울이지 않고 상황에 맞추어 다스릴 뿐이다.
그래서 옛 법도를 바꾸지 않고 일상의 풍속을 바꾸지 않는 문제는 옛날 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 정해야 할 것이다.
무릇 사람들이 옛것을 바꾸기 어려워하는 것은 백성들이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바꾸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옛것을 바꾸지 않는 것은 혼란의 흔적을 답습하는 것이요,
백성들의 마음에 영합하는 것은 간사한 행위를 멋대로 하는 것이다.
백성들은 어리석어 혼란을 알지 못하고, 군주는 나약해서 옛 법을 고칠 수 없는 것이 통치의 실패이다.
군주가 현명하고 통치술을 알고 준엄하게 반드시 실행하면,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통치술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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