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략 - 책략

은폐된 의도를 전제로 하는 책략은 기지가 직접적인 증명과는 대조적이듯이

직선적이고 솔직한 직접적인 행동 방식과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책략은 설득, 이익, 폭력 등의 수단과는 아무 공통점도 없지만 기만과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기만 역시 의도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략이 완료된 상태라면 그 자체가 하나의 기만이다. 그러나 책략은 단순히 기만으로 지칭할 수 없다.

그것은 책략이 약속을 직접 파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략가는 기만하려는 대상이 스스로 이성의 오류들을 범하도록 만든다.

결국 이 오류들은 하나의 효과로 통합 발휘되면서 돌연 적의 목전에서 사실과 상황의 본질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기지가 관념과 상상을 수단으로 하는 요술이라면, 책략은 행동을 수단으로 하는 요술이다.

 

그러나 교전가 간의 교활한 행동, 영리함, 책략 등과 관련해

상호 경쟁적으로 우열을 다투는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러한 특징은 역사 속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단지 드물게 일련의 상황과 환경 속에서 발견될 뿐이다.

그 원인은 명백하며 앞의 장에서 연구한 주제의 본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전략은 전투의 배비와 관련된 방책들 외의 다른 어떤 활동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전략은 일상생활에서처럼 순수하게 언어를 본질로 하는 행동, 즉 발표와 성명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이러한 행동은 주로 책략가들의 기만 수단으로 사용된다.

 

전쟁에서도 이와 유사한 것이 있다.

예컨대 계획과 명령을 오직 위장을 위해 하달하거나 고의적으로 비밀리에 적에게 허위 정보를 전달하는 것 등은

전략적 영역에서는 대체로 미약한 효과만을 나타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책략이 개별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조성된 기회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야전사령관의 자유의지에 의한 활동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러나 전투를 배비하는 것처럼 적에게 각인될 정도로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시간과 전투력이 요구되며,

기만의 규모가 클수록 시간과 전투력은 더욱 많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게 시간과 전투력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전략적 양동이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중요한 전투력을 오랜 시간 동안 단지 허식에 운용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뜻밖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중요한 전투력을 결정적인 장소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야전사령관은 항상 이 냉엄한 진리를 충분히 인식하는 까닭에

교묘한 기동성으로 책략을 연출하려는 의욕을 상실하기 쉽다.

야전사령관이 직접적인 행동을 강요당하면 책략을 연출할 수 있는 여지는 사라지게 된다.

요컨대 장기판에서 전략가의 장기알은 책략과 교활함의 구성 요소인 기동성을 보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책략보다는 정확하고 적확한 통찰력이 야전사령관의 필수적이고 유용한 특성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책략이 감성의 본질적 요소들에 의존하여 구사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치지 않지만,

감정의 본질적 요소에 의존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전략 지휘부에 예속된 전투력이 약할수록, 그 전투력은 더욱 쉽게 책략에 운용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예측과 지혜로도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전투력이 약화되고 위축된 상태

또는 어떤 술의 구사도 불가능해 보이는 시점이야말로 책략이 최종 구원 수단으로 운용될 수 있는 때이다.

 

군의 상황이 절망적이고 모든 희망을 단 한 번의 필사적인 타격에 걸어야 한다면 

책략은 쉽게 대담성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모든 추가적인 계산과 차후의 보복 문제를 초월한 상태에서 대담성과 책략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언제라도 점화될 수 있도록 희미한 희망의 빛을 하나의 초점에 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