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전쟁술을 단지 전투력의 준비로 이해했다.
종전까지는 전쟁술 또는 전쟁학이라는 명칭을 단지 물질적인 것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의 총합체로 이해했다.
예컨대 무기의 생산, 준비, 운용, 요새와 참호의 축성, 군의 조직, 군의 기계적 기동술 등은
이러한 지식과 기술의 요소였으며, 결국 이 요소들은 전쟁에서 이용 가능한 전투력으로 표현되었다.
즉 종전의 전쟁술은 물질적 소재에 국한된 활동을 다루었으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수공에서 점차 정교한 기계기술로 발전하는 활동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것들과 싸움의 관계는 칼을 만드는 검술의 관계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성을 공격하는 기술에서 최초로 전쟁 자체가 이론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위험의 순간에 예정된 방향으로 독특한 정신 활동과 용기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의
전투력 운용에 관한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전술이 논의 대상이 되었다.
본래의 전쟁 지도는 때에 따라서만 은밀하게 논의되었다.
전쟁의 사건에 관한 고찰이 전쟁 이론의 필요성을 야기했다.
전쟁이론가들은 일찍이 전쟁이라는 주제에 난점을 느꼈지만,
전쟁이론이 전쟁의 원칙과 체계들을 다시 물질적인 것에 국한된 활동만을 지향하도록 함으로써 이 난점을 회피했다.
따라서 이들은 전쟁준비학에서처럼 오직 확실하고 명백해 보이는 결론에만 도달하고자 했고
오직 계산이 가능한 것만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수적 우위
수적 우위는 물질적 요인이다. 따라서 이 요인은 승리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 중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되었다.
왜냐하면 이 요인은 시간과 공간의 배합을 통해 수학적으로 법칙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의 다른 모든 요인들은 양측 교전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중립적 요인으로 간주되었으므로 무시될 수 있었다.
만일 이 요인을 일시적으로 개별 상황에 따라 파악하려고 시도했다면 위의 관점은 분명히 정당화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영속적으로 하는 것,
수적 우위만을 유일한 법칙으로 간주하면서 일정한 시간과 일정한 장소에서 우위를 달성한다는 정해진 법칙에
전쟁술의 모든 비결이 있다고 보는 것 등은 현실 세계의 강제력을 결코 견뎌낼 수 없는 편협한 관점이었다.
군의 보급
수적 우위 외에 또다른 물질적 요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체계화가 시도되었다.
여기서 유기체 조직인 군의 보급이 중대한 전쟁 지도의 주요 법칙을 제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기지
어떤 슬기로운 인물이 모든 요인들의 통합을 시도했다. 이 중 일부 요인들은 다른 요인과 정신적 관계에 있기도 했다.
즉 군의 급양, 병력과 장비의 보충, 전장과 본국 간 연락 체제의 안전 확보, 철수의 안전 확보 등을
기지라는 단일 개념 하에 집약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전혀 가치 없는 기하학적 견론에 도달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기지라는 개념은 전략에 실제로 필요한 개념이며 과거의 이론이 이 개념에 도달한 것은 일종의 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상에서 서술된 기지의 개념은 완전히 허용될 수 없으며 틀림없이 편협한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다.
내선
이러한 그릇된 이론의 경향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기하학적 원칙 이른바 내선의 원칙이 최고로 신봉되었다.
이 원칙은 정당한 이유, 즉 전투가 전쟁에서 유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진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기하학적 본성을 지닌 새로운 편협한 원칙에 불과하므로 결코 실제 상황을 지배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시도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모든 이론적 시도들은 진리의 영역의 분석적 측면에서 발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종합적 측면인 규칙과 원칙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이 이론적 시도들은 오직 고정된 가치만을 추구하고 있지만,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므로
모든 계산은 가변적 크기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이론적 시도들은 오직 물질적 크기만을 고찰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전체 군사적 행동은 여러 정신적 힘과 그 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론적 시도들은 오직 한 편의 활동에 대해 고찰하고 있지만 전쟁은 양자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이론적 시도들은 원칙적으로 천재를 배제한다.
이러한 편협한 고찰을 통해 얻은 빈약한 지혜가 도달할 수 없는 모든 것은 학문적 범주를 벗어나 있었고
결국 모든 원칙을 능가하는 천재의 영역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원칙들은 천재에게는 너무 평범하고, 천재는 이 원칙들을 능가하기 때문에
항상 이 원칙들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들을 맴돌면서 구걸해야 하는 군인들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천재가 행하는 것은 곧 최선의 원칙이어야 한다.
이론은 어떻게, 왜 그런가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와 대립하는 이론은 불행할 것이다. 이론은 천재에게 순응할지라도 이러한 모순을 개선할 수 없다.
이론이 천재에게 순응할수록 그 이론은 현실 생활에서 더욱 조롱당하고 멸시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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