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방(方)이란 안과 밖이 서로 호응하는 것이며, 말과 행동이 서로 부합하는 것이다.
이른바 염(廉)이란 살고 죽는 때를 분명히 하여서 재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이른바 직(直)이란 의론이 공정해서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광(光)이란 벼슬자리와 작위가 존중되고 귀하며 의복이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다.
현재 도를 터득한 선비는 비록 마음이 미덥고 행동이 유순할지라도, 비뚤어지고 바르지 못한 자를 비방하지 않으며,
비록 절개를 위해 죽고 재물을 가볍게 여기면서도, 약한 자를 모욕하거나 탐욕스러운 자를 비웃지 않는다.
비록 뜻이 장중해도 패거리를 만들지 않으며, 그것을 가지고 사악한 자를 물리치거나 사욕을 챙기는 자를 벌주지 않는다.
권세가 높고 존경을 받으며 의복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가난한 자에게 자랑하거나 비천한 자를 속이지는 않는다.
길을 사람이 그 길을 잘 알고 있는 이에게 묻고 들어 알게 한다면 헤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성공하려고 하면서도 도리어 실패하는 까닭은
도리를 모르면서도 아는 이에게 묻거나 능력있는 이에게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는 이에게 질문을 하고 능력있는 자에게 들으려고 하지 않으므로
성인들은 일부러 재난이나 실패가 생기는 것에 대해 말하고 꾸짖는데,
이렇게 하면 사람들에게 원망을 사게 된다.
사람들은 많고 성인은 적다.
적은 수로 다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지금 행동을 하여 천하 사람들의 원수가 되는 것은 몸을 온전히 하여 오래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절도에 맞게 행동하면서 세상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단정하게 행동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청렴하면서도 남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강직하면서도 방자하지 않고, 빛나지면 드러내지 않는다.
총명하고 지혜로운 것은 타고난 것이며, 움직이고 멈추며 사고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사람이란 하늘로부터 받은 시각으로 만물을 보고,
하늘로부터 받은 청각으로 듣고,
하늘로부터 받은 지혜로 사고한다.
그러므로 시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눈은 분명하게 보지 못하고,
청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귀는 들을 수 없으며,
사고를 지나치게 하면 지식이 혼란스러워진다.
눈이 밝지 못하면 검은색과 흰색을 구분할 수 없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맑고 탁한 소리를 구별할 수 없으며,
지식이 혼란스러우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가늠할 수 없다.
눈으로 검은색과 흰색을 구분할 수 없으면 이를 장님이라 하고,
귀로 맑고 탁한 소리를 구별할 수 없으면 이를 귀머거리라고 하며,
마음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가늠할 수 없으면 이를 미치광이라고 한다.
장님이 되면 대낮에도 위험을 피할 수 없으며,
귀머거리가 되면 천둥의 피해를 알 수 없고,
미치광이가 되면 사람 사이의 법령을 지키지 못해 받는 형벌의 죄를 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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