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쟁이론 - 전쟁이론(5)
전략에서의 목적과 수단
전략에서 승리, 즉 전술적 성공은 수단에 불과하며, 전략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론은 이러한 모든 목적과 수단의 효과와 상호관게에 관해 연구한다.
따라서 이론은 경험을 분석하며 전쟁사가 이미 제시해주고 있는 배합에 관해 고찰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하면 이론은 전쟁사가 시사하는 상황에만 적합한 하나의 제한된 이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제한은 어떤 경우든 현실적인 제한이기보다는 이론적인 제한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이론이 어느 정도까지 수단을 분석해야 하는가이다.
수단의 독립된 특성이 운용면에서 실제로 의미를 갖는 한도 내에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전략은 최선의 군사적 결과를 낳기 위해,
한 국가가 어떻게 조직되고 한 국민이 어떻게 교육되고 통치되어야 하는가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전략은 최선의 군사적 결과가 유럽 사회공동체와 어떻게 관계되고,
다양한 상황들이 어디에서 전쟁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중시한다.
지식의 본질적 단순화
수많은 지식과 기술은 보편적으로 군사적 활동에 기여하며 훌륭하게 무장된 군을 전장에 투입하는 데 필요하다.
지식과 기술은 마치 시냇물이 강을 형성하고 강이 바다를 형성하듯이
전쟁의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소수의 중대한 결과로 집약된다.
전쟁 이전까지 활동 분야가 전혀 달랐던 고위직 종사자들,
특히 야전사령관들은 전쟁에서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에서 필요한 지식을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고,
이 지식이 일체의 부차적인 지식 및 기술과 함께 취급되었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 명백한 모순을 낳으며,
이 모순은 모든 것을 천재에게 맡김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천재는 이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이론은 천재를 위해 정립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전쟁 관련 지식은 매우 단순하다. 이 지식은 소수의 주제들은 물론 이 주제들의 최종 결과와 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지식의 실행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성의 독특한 활동은 하급 직위에서는 단순하고 평이하지만 직위가 높아질수록 난점이 증가해
최고 직위인 최고사령관에 이르면 인간 정신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이성의 활동 자체를 변화시킨다.
야전사령관은 해박한 역사 연구가나 기자일 필요는 없지만, 국가의 상황에 정통해야 하고,
전통적 정책 방향, 고조된 관심 사항, 당면 문제, 주도적 인물 등을 파악하고 올바로 관찰해야 한다.
그는 정교한 인간 관찰자이거나 예리한 성격 분석가일 필요는 없지만,
부하의 개성, 사고방식과 습관, 독특한 단점과 장점을 알아야 한다.
그가 마차의 장치와 야포 견인말의 마구를 다는 것에 관해 파악할 필요는 없지만,
행군 대열의 행군 시간과 거리를 다양한 상황에서 정확히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모든 지식은 사물에 대한 관찰력, 현실에 적합한 판단력과 아울러
사물의 파악을 위한 재능이 있는 경우에만 획득된다.
고위직의 군사적 활동에 필요한 지식은 고찰, 즉 연구와 심사숙고 과정에서 독특한 재능에 의해 획득될 수 있다.
재능은 일종의 정신적 본능으로서 꿀벌이 꽃에서 꿀을 채취하듯이 생활의 현상에서도 본질만을 추출해내는 능력이다.
이러한 지식은 고찰과 연구 뿐만 아니라 생활을 통해서도 획득될 수 있다.
아무리 풍부한 지식을 갖춘 야전사령관의 삶이라고 할지라도,
그 삶이 결코 뉴턴이나 오일러와 같은 인물을 배출할 수는 없지만
콩데나 프리드리히와 같은 계산적 사고력을 구비한 인물을 배출할 수는 있다.
지금까지 편협한 정신을 소유한 위대한 야전사령관은 결코 없었지만
하위직에서 뛰어나게 근무했던 인물들이 최고직에서는 평균 수준 이하에 머무는 경우는 많았다.
그것은 그 인물들의 정신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식은 능력이 되어야 한다.
생활의 거의 모든 기술과 활동 영역에서 인간은
한 번 알게 된 진리 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속에서 찾아낸 진리를 사용할 수 있다.
만일 건축가가 복잡한 계산을 통해 아치의 받팀돌의 강도를 결정하기 위해 펜을 든다면,
결과로서 도출된 진리는 그의 고유한 정신의 표현이 아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겨우 계산 자료를 찾아내고 이어서 그 계산 자료를 이성의 연산에 맡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성의 연산법칙을 창출하지 않고 대부분을 기게적 처리 절차에 맞겨 연산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결코 이와 같을 수 없다.
상황의 지속적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정신적 반응은
야전사령관으로 하여금 자신의 전체 정신기관에 지식을 보유하도록 강요한다.
그는 언제나 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식은 야전사령관의 정신과 삶에 완전히 동화죔으로써 진정한 능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탁월한 인물들이 전쟁사에 쉽게 출현하고 모든 것이 이들의 천부적 재능에 맡겨지는 이유이다.
이 천부적 재능은 고찰과 연구를 통해 교육되고 훈련된 재능과 엄격히 구별된다.
우리는 이상의 고찰을 통해 전쟁 지도 이론이 직면한 문제를 명확히 밝히고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고 믿는다.
이미 논의한 것처럼 전쟁 지도의 양대 영역, 즉 전술과 전략 중에서 전략 이론이 좀더 큰 난점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전술은 단지 물질적 요인들에 재한된 영역인 반면
전략은 평화와 직결되는 목적을 추구하며 불확실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전사령관은 이 목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그가 역할을 수행하는 전략의 일부 영역에서 주로 난점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략 이론은 전술 이론에 비해 물질적, 정신적 요인들에 대한 단순한 고찰에 만족하고,
이에 대한 야전사령관의 이해력에 도움을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전략이 최고의 업적 성취를 지향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통찰력은 야전사령관의 모든 사고에 융해되어 그의 행동 과정을 보다 경쾌하고 안전하도록 보장하지만,
객관적 진리에 순응하기 위해 자신의 주관을 버리도록 결코 강요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