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책(畫策) - 책략을 꾸미다
옛날 호영의 세상에 나무를 베어내서 짐승들을 죽인 것인 사람들이 적고 나무와 짐승들은 많아서다.
황제의 세상에 짐승 새끼를 잡지도 못하게 하고 알도 거두지 못하게 했으며
관리들은 부역에 쓸 백성조차 없어 죽어서도 곽(관을 둘러싼 외관)을 쓸 수 없었다.
호영과 황제 세상의 일은 같지 않지만 호영과 황제 모두 왕 노릇 했던 것은 시대가 달라서다.
신농의 세상에 남자는 밭을 갈아 먹여 살리고 부녀자는 베를 짜서 옷을 해 입혔으니
형벌과 법을 쓰지 않아도 다스려졌고 갑옷 입은 군대를 일으키지 않아도 왕 노릇 했다.
신농이 이미 죽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기고 많은 무리가 적은 무리에 횡포를 부렸기에
황제는 군신, 상하의 올바름과 부자, 형제의 예의와 부부와 배필의 결합을 만들었다.
안으로는 형벌을 실행하고 밖으로는 군대를 쓰니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로 말리암아 보건대, 신농이 황제보다 고결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 이름이 존귀한 것은
시대에 적절히 대응해서다. 그러므로 전쟁으로 전쟁을 없애는 것은 비록 전쟁일지라도 올바르다.
죽임으로써 죽임을 없애는 것은 비록 죽이는 것일지라도 올바르다.
형벌로 형벌을 없애는 것은 비록 형벌을 무겁게 할지라도 올바르다.
옛날에 천하를 제압할 수 있었던 자는 반드시 먼저 그 백성을 제압했던 자다.
강한 적을 이길 수 있었던 자는 반드시 먼저 그 백성을 이겼단 자다.
그러므로 백성을 이기는 근본은 백성을 제압하는 데 있으니 마치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고 도공이 흙을 굽는 것과 같다.
근본이 견고하지 못하면 백성은 마치 날아가는 새나 달리는 야수와 같으니 그 누가 이를 제압할 수 있겠는가?
백성의 근본은 법이다. 따라서 잘 다스리는 자는 법으로 백성을 가두어서 명성과 땅을 더한다.
명성이 높아지고 땅이 넓어져서 왕 노릇 하는 데 이른 나라는 무슨 이유에서인가? 전쟁에서 물러나서다.
이기지 못하고서 왕 노릇 하고 패배하지 않고도 망했다는 나라는 예부터 지금까지 일찍이 없었다.
백성이 용감한 나라는 전쟁에서 이기고 백성이 용감하지 못한 나라는 전쟁에서 패배한다.
백성이 전쟁에 힘을 다하도록 하나로 할 수 있는 나라는 백성이 용감하고
백성을 전쟁에 힘을 다하도록 하나로 할 수 없는 나라는 백성이 용감하지 못하다.
성왕은 왕 노릇 하는 것이 군대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온 나라의 백성을 모두 군대에 보내려 한다.
그 나라에 들어가 그 다스림을 보면 백성이 군주에게 쓰이는 나라는 강성하다.
어떻게 백성이 군주에게 쓰이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는가? 백성이 전쟁 보기를 마치 굶주린 이리가 고기를 보는 듯 하면
백성이 군주에게 쓰이는 것이다.
무릇 전쟁이란 백성이 싫어하는 바다. 백성으로 하여금 전쟁을 즐기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왕 노릇한다.
강성한 나라의 백성은 아버지가 그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형이 그 동생을 보내며 처가 그 지아비를 보내면서
모두가 말하길 이길 수 없으면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또한 법을 위반하고 명령을 이탈하면 우리 모두 죽고 고향에서도 우리의 죄를 다스린다고 말한다.
행군 중에 도망갈 곳이 없고 떠나서 군대를 피하더라도 들어갈 곳이 없게 된다.
행군 중의 다스림은 다섯 명을 연좌하고 깃발로 구별하여 명령으로 구속한다.
전쟁에서 졸렬하면 머물러 살 곳이 없게 하고 물러나면 살 곳이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군의 무리가 명령을 따르는 것은 흐르는 물과 같고 죽어도 발꿈치를 돌리지 않는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그 법이 난잡해서도 아니고 법이 쓰이지 않아서도 아니다.
나라에는 모두 법이 있어도 법이 반드시 실행되도록 하는 법이 없어서다.
나라에는 모두 간사함을 금지하고 도적에게 형벌을 가하는 법이 있어도
간사함과 도적이 반드시 형벌을 받게 하는 법이 없어서다.
간사한 자와 도적을 사형시켜도 간사함과 도적이 그치지 않는 것은 반드시 법을 실행하지 못해서다.
반드시 법을 실행해도 오히려 간사함과 도적이 있다는 것은 형벌이 가벼워서다.
형벌이 가벼우면 간사함과 도적을 죽일 수 없다. 반드시 실행하면 형벌을 받는 자가 많아진다.
그러므로 잘 다스리는 자는 착하지 않은 행동에 형벌을 내리더라도 착한 행동에 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형벌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은 착해진다. 형벌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이 착한 것은 형벌이 무거워서다.
형벌이 무거우면 백성이 감히 위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형벌이 없다.
그래서 백성은 감히 나쁜 짓을 저지르지 못하니 이것이 한 나라의 모두가 착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착한 행동에 보상하지 않아도 백성은 착해진다.
착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도둑질하지 않았다고 상을 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잘 다스리는 자는 도척조차 믿을 수 있게 만드니 하물며 백이는 어떠하겠는가?
잘 다스릴 수 없는 자는 백이조차도 의심하게 만드니 하물려 도척은 어떠하겠는가?
형세가 간사한 행동을 할 수 없게 하면 도척이라도 믿을 수 있다.
형세가 간사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면 백이라 할지라도 의심할 수 있다.
나라는 혹 거듭 다스려지거나 혹 거듭 어지러워진다.
밝은 군주가 위에 있어서 반드시 현명한 자를 천거하면 법은 현명한 자에게 있을 수 있다.
법이 현명한 자에게 있을 수 있으면 법은 아래까지 실행되며 미련한 자가 감히 나쁜 짓을 할 수 없으니
이것을 거듭 다스려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밝지 못한 군주가 위에 있으면 반드시 미련한 자를 천거하는바 나라에 밝은 법이 없어지고
미련한 자가 감히 나쁜 짓을 행하니 이것을 거듭 어지러워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군대는 혹 거듭 강해지거나 혹 거듭 약해진다.
백성이 본래 싸우고 싶어하고 또한 싸우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을 거듭 강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백성이 본래 싸우고 싶어하지 않고 또한 싸우려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이것을 거듭 약해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밝은 군주는 그 신하들을 넘치게 부유하거나 존귀하게 하지 않는다.
이른바 부유함이란 미곡과 주옥이 아니다. 이른바 존귀함이란 작위와 관직이 아니다.
법을 없애고 사사로이 작위와 녹봉을 주는 것이 부귀다.
무릇 군주는 그 덕행이 다른 사람보다 걸출하지 못하고 지혜로움도 다른 사람보다 걸출하지 못하며
용력도 다른 사람을 넘어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백성은 비록 성인의 지혜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감히 우리 모두를 넘어서지 못하고 용력이 있을지라도
감히 우리 모두를 죽이지 못하며 비록 무리가 많다 할지라도 감히 그 군주를 이기지 못한다.
비록 백성이 억만의 숫자에 이를지라도 큰 보상을 걸어도 백성은 감히 다투지 않고 처벌읗 행해도
백성이 감히 원망하지 않는 것은 법 때문이다.
나라가 어지럽다는 것은 백성이 사사로운 뜻이 많다는 것이고
군대가 약하다는 것은 백성이 사사로운 용기가 많다는 것이니 그러면 나라가 쇠약해진다.
나라에서 작위와 녹봉을 얻는 길이 많아지면 나라를 망친다.
사람들이 작위를 천시하고 녹봉을 가벼이 여겨서 농자짓지 않고도 먹고살고 전쟁하지 않고도 영예를 얻으며
작위가 없어도 존경받으며 녹봉이 없어도 부유하며 관직도 없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이들을 간사한 백성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잘 다스리는 군주에게는 충신이 없고 자애로운 아버지에게는 효자가 없다고 했다.
잘 다스리는 군주가 듣기 좋은 말을 없애고자 하는 것은 모두 법으로 서로 살피도록 하고
명령으로 서로 바로잡아 혼자서는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서도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른바 부유함이란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은 것이다.
옷을 입는 데 제한을 두고 마시고 먹는 데 절제가 있으면 지출이 적어진다.
여자가 집 안에서 힘을 다해 일하고 남자가 밖에서 힘을 다해 일하면 수입이 많아진다.
이른바 군주가 밝다는 것은 보지 못하는 바가 없는 것이고
그러면 여러 신하들은 감히 간사한 짓을 하지 못하고 백성은 감히 잘못된 짓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밝은 군주는 네모 반듯한 침상 위에 거처하며 실과 대나무로 내는 음악 소리만을 듣고 있어도
천하가 다스려진다.
이른바 밝다는 것은 백성으로 하여금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강하다는 것은 천하 사람들을 이긴다는 것이다.
천하 사람들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천하 사람들의 힘을 합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감하고 강한 자는 감히 난폭한 짓을 하지 않고
성인의 지혜를 가진 자는 감히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루 천하 사람들을 쓰이게 할 것을 생각하니
천하 사람들은 감히 그가 좋아하는 바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가 싫어하는 바를 피한다.
이른바 강한 자는 천하 사람들의 용기와 힘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의 뜻이 충족되면 천하가 그 뜻을 더하게 되고 충족되지 않아도 천하가 기뻐한다.
천하를 의지하는 자는 천하가 떠나고 스스로를 의지하는 자는 천하를 얻는다.
천하를 얻는 자는 먼저 스스로를 얻는 자다. 강한 적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먼저 스스로를 이기는 자다.
성인은 반드시 그렇게 되는 이치를 알고 반드시 시세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반드시 잘 다스리는 정치를 하며
백성이 전쟁에서는 반드시 용감한 백성이 되고 행동할 때는 반드시 명령을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를 출병해도 적수가 없고 명령을 집행해도 천하가 복종한다.
누런 고니가 날면 한 번에 천 리를 가는데 반드시 미리 날아갈 채비를 한다.
기린과 녹이는 하루에 천 리를 가는데 반드시 달릴 자세를 갖춘다.
호랑이, 표범, 곰, 말곰은 진흙에 빠져도 적수가 없으니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이유가 있어서다.
성인은 본래 그렇게 되는 정치를 보고 반드시 그렇게 되는 이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백성을 제압하는 것이니
마치 높낮이로 물길을 통제하고 마르고 축축한 것으로 불길을 통제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질게 행동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들을 어질게 만들 수 없다.
의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과 의를 아는 것만으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성인은 반드시 신뢰할 만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또한 천하로 하여금 신뢰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른바 의로움이란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고 다른 사람의 아들이 되어 효도하며
나이가 적고 많은 사람들 간에 예의가 있고 남자와 여자 간에 구별이 있는 것이다.
그 의로움이 아니면 굶주려도 구차하게 밥 빌어먹지 않으며 죽어도 구차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침내 법이 세워진 뒤의 일상적인 것이다.
성왕은 의로움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고 법을 존귀하게 여긴다.
법은 반드시 분명해야 하고 명령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뿐이다.